내년 4월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박근혜 정부 때 결정한 김해신공항 계획을 백지화하더니 느닷없이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만들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조항을 넣어 2028년에 완공하겠다고 한다. 국책사업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도 문제지만, 검증되지도 않은 억지 논리를 동원하고 있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잃은 부산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선동정치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이어 “대구신공항 특별법, 광주공항 이전 특별법도 여야가 조속히 처리하기 바란다”고 공개 제안했다. 대구신공항 건설이나 광주공항 이전에도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반발하는 TK(대구·경북)나 호남 민심을 추스르고 선거 때 표를 더 얻으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과거 선거 때도 공항 건설 공약은 막대한 폐해를 낳았다. 표를 노린 선심성 공약으로 결국 적자가 쌓이고 막대한 혈세가 낭비돼 무용지물이 되는 부작용을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대표가 혼란과 갈등을 수습하기는커녕 부추기고 있으니 이러고도 국정을 책임질 지도자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 대표는 또 충북 괴산을 방문해 “세종에 국회의 완전 이전을 목표로 단계적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이전은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판결 때 ‘불가’ 판정을 받았다. 다시 추진하려면 국민적 동의와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도 무책임하게 덜컥 국회 이전을 약속했다. 그러니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충청권의 표심을 의식한 정략적 발언”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여당의 포퓰리즘 폭주를 바로잡아야 할 야당마저 노골적으로 포퓰리즘에 편승하고 나선 것은 유감스럽다. 국민의힘은 어제 코로나 3차 재난지원금(3조6000억원)을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스스로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해 오다가 말을 바꿨다. “내년 보선을 앞두고 여당이 추경을 편성해 재난지원금을 푸는 걸 막기 위한 것”이란 궁색한 변명을 내놨지만, 득표에만 혈안이 돼 나라 살림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서민들의 삶의 기반이 무너져내리고, 국제 정세는 미·중의 각축과 대결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눈앞의 이익 지키기와 당리당략에만 매달려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선거망국론’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은 포퓰리즘의 폭주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