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국토교통부가 지난 19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와 대구 수성구, 경기 김포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새로 지정했다. 이번 지정으로 전국의 조정대상지역은 69곳에서 76곳으로 늘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세제·대출·청약에서 고강도 규제가 적용돼 투기수요가 원천 차단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던 김포는 정부 발표 이후 매물이 쌓이고 한달 전보다 수천만원 낮은 가격에서 아파트가 거래되는 등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특정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게 되면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풍선효과’의 부작용이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김포와 맞닿은 파주시는 이번에 규제지역으로 묶이지 않는 바람에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비규제 프리미엄’이 붙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세종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충남 공주시·계룡시의 집값이 뛰고 수도권을 누르자 충남 천안지역 집값이 부풀어 올랐다. ‘풍선효과’가 전국 도처에서 지방 도시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건 집값 급등으로 내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하는 실수요자들이다.
규제지역 운용 방식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서울 주요 지역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부산 해운대·수영·동래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풀었다. 이후 이 지역 집값은 ‘미쳤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뛰었다.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르자 이번에 다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은 것이다. 정부가 지난 1년간 투기세력들에게 잔치판을 차려준 거나 다름없다. 정부의 규제 운용이 부동산 투기세력들에게 ‘좌표’를 찍어준 격이라는 비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김포도 그간 규제 후보군으로 숱하게 거론돼 왔던 곳이어서 이미 가격이 뛸 만큼 뛴 상태다.
부산 인근의 울산·창원과 수도권 인근의 천안은 연내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투기세력들이 이런 움직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정부의 ‘두더지 잡기’식 뒷북 행정이 투기세력은 못 잡고 애꿎은 실수요자들만 잡을 공산이 크다. 규제지역이 집값 안정은커녕 풍선효과만 키우는 제도라면 근본적으로 손보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