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늦겨울 기온이 영하 5도보다 높아지면 얼음판 붕괴로 인한 익사자가 강추위 때보다 5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온난화로 ‘따뜻한 겨울’이 현실이 된 만큼 얼음낚시와 같은 겨울철 레저를 즐길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주 미국과 캐나다 등의 공동 연구진은 1990년대부터 30년간 집계된 스웨덴과 라트비아, 러시아 등 북반구 10개국의 익사자 4000여명의 자료를 분석했더니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겨울 후반부의 대기 온도가 영하 5도와 0도 사이에 이르면 익사자가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에 따르면 겨울철 얼음판 붕괴 익사자는 강추위에 해당하는 영하 10도 이하에선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다 기온이 좀 더 오른 영하 10도와 영하 5도 사이에선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영하 5도에서 0도 사이에 이르면 익사자가 순식간에 영하 10도 이하일 때보다 5배까지 폭증했다.

익사 사고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위협적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1976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익사 사고자의 44%는 9세 미만이다. 희생된 어린이들은 대부분 얼음 위에서 놀거나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당장 온난화 추세를 꺾긴 어려운 만큼 연구진은 따뜻한 겨울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범사례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에선 지난 12년 동안 겨울철 익사자가 5명에 그쳤는데, 얼음 위에서 낚시와 스노모빌 운행을 금지하는 규정이 효과를 내는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기후변화가 얼음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며 “공공 안전교육을 통해 인명이 손실되는 비극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