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최근 여러 대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비서를 출시하며 '스마트 홈'을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AI 비서를 비롯해 최근 개발되는 다양한 AI기기들이 여성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IT매체 씨넷은 "여성의 목소리가 기본으로 설정된 AI 음성 비서와 로봇 청소기, 리얼돌 같은 것들은 간병인, 주부, 성 서비스 제공자 등 가부장제에서 만들어진 여성의 이미지를 퍼트린다"는 욜란데 스트렌저스(Yolande Strangers) 호주 모나쉬 대학 조교수와 제니 케네디(Jenny Kennedy)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 연구원의 주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공저인 '영리한 아내'(The Smart Wife)라는 책을 통해 "아마존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등 음성 AI 비서들은 여성의 음성이 기본으로 설정돼있다"며 "특히 이들은 남성 사용자들의 성희롱 등 부적절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제한적으로만 반응할뿐"이라고 지적했다.
스트렌저스와 케네디는 "물론 사용자들이 '영리한 아내'가 진짜 여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면서도 "가상의 여성을 대하는 방식은 진짜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반영하고 강화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또 로봇 청소기의 선구자인 '룸바'(Roomba)를 만든 콜린 앵글(Colin Angle) 아이로봇 최고경영자(CEO)가 "1960년대 애니메이션 '우주가족 젯슨'에 등장하는 로봇 가정부 '로지'(Rosie)가 로봇 청소기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한 점을 두고 "로봇 청소기처럼 가사 노동을 담당하는 'AI 가정부' 역시 가사노동은 여성의 것이라는 가부장적인 편견을 강화시킨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술이 여성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AI 비서 및 기기를 개발하는 환경부터 개선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AI 비서 및 기기 개발 과정에서 이들의 행동 및 대우를 규제하기 위한 '윤리적 지침' 등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AI 프로그래밍 업계에서 더 많은 여성을 고용해야 한다"며 "미국 노동 통계국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컴퓨터 프로그래머 80.7%가 남성인데, 남성 AI 프로그래머들은 이같은 우려를 떠올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씨넷은 "지난해 유엔(UN)에서 발행한 '나는 할 수 있다면 얼굴을 붉힐 것입니다'(I'd Blush If I Could)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제기됐다"며 "해당 보고서에서는 AI 음성비서와 같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잠재적인 성차별적 결정을 예방할 여성이 적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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