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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이 필요한 겨울, 그림책 한 권 어때요? 덧글 0 | 조회 79 | 2020-11-27 10:36:31
비룡짱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지났건만, 정작 눈 대신 비를 만난 겨울날. 올해 첫눈을 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강화로 '집콕방콕' 하는 모두를 위한 그림책, 겨울을 담은 그림책을 소개한다.

◇ 한글과 영어로 만나는 겨울 그림책

"소륵소륵 소르르 첫눈이 와요!"

어른이 되어서도 매년 첫눈이 기다려지는 걸 보면, 첫눈은 누구에게나 기다림의 존재가 아닐까? 첫눈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을 소개한 그림책, 「첫눈」(박보미 지음, 한솔수북, 2012년)은 이름처럼 첫눈을 책 속에 살포시 담아 놓았다.

이 책은 12월생이자, 카드 만드는 일을 하며 탄탄한 경력을 쌓은 박보미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첫눈을 맞이하러 가는 작은 아이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한 편의 시를 만나는 듯한 서정적이고 섬세한 글과 그림은 그 자체만으로도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첫눈」은 2016년 영어로 번역되어, 미국 킹 카운티 도서관 시스템(King County Library System)에서 극찬을 했을 정도로 외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책이다. 한글판은 하얀 색의 표지, 영어판은 검정 색의 표지로 흑백의 대조를 이루고 있어 두 권을 비교하면서 읽으면 겨울을 한껏 더 즐기기 좋다.

첫눈이 소복하게 쌓인 골목과 들판, 숲 속 겨울을 찾아 강아지와 함께 눈송이를 굴리며 떠나는 여정을 따라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코로나로 움츠린 겨울을 한껏 위로해준다. 작디작은 손으로 굴린 눈송이는 어느덧 자신보다 커져 세상의 모든 친구들과 가득 첫눈을 즐긴다. 올해의 첫눈은 언제 올까? 이 책을 읽으며 모두가 첫눈을 기다리는 겨울이 되었으면 한다.

◇ 세계의 겨울 동화가 궁금하다면

'겨울' 하면 하얀 눈, 루돌프 사슴과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만 떠올린다면, 겨울을 온전히 알았다고 하기는 부족하지 않을까? 어느 나라는 겨울이 되어도 춥지 않고, 크리스마스가 있기 전부터 겨울은 존재했으니 말이다. 겨울을 맞이하는 나를 위한 선물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그림책을 소개한다.

「A TRESURY OF WINTERTIME TALES」(Noel Daniel 엮음, TASCHEN, 2014년)은 세계 3대 아트북 출판사인 타셴(TASCHEN)에서 출간한 책이다. 제법 두꺼운 페이지로 엮여 있지만, 곁에 오래 두고 매해 겨울이 되면 함께하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은 1823년부터 1972년까지 발표된 13가지 세계 여러 나라의 겨울 이야기를 엮었다. 타셴(TASCHEN)의 명성답게 미국,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멕시코, 노르웨이, 러시아와 스웨덴 출신의 실력 있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하였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풍성하고도 이색적인 겨울 이야기가 책 속에 펼쳐진다.

장난기 많은 눈송이가 벙어리 장갑을 한 짝 잃은 이야기부터, 유럽 북부 스칸디나비아에 사는 원주민 사미(SAMI)족과 우연히 마주하여 새해를 축하하는 이야기, 멕시코시티의 크리스마스 이전의 축제, 포사다(POSADA) 퍼레이드, 동화 속 스노우 킹(Snow King)과 퀸(Snow Queen)의 모험 이야기까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진귀하고도 이색적인 겨울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전 세계 겨울을 즐기고 싶다면, 「A TRESURY OF WINTERTIME TALES」 하나면 충분하다.

◇ 엄마아빠 어렸을 적엔… 옛 겨울 이야기 속으로

"엄마가 어렸을 땐 말이지…"라는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어느덧 엄마가 되어버린 지금, 내 아이에게 옛 겨울을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고민하다 이 그림책을 골랐다. 바로 「눈사람」(송창일 글, 이승은·허현선 인형, 이상혁 사진, 파랑새, 2008년)이다.

이 책은 1938년 소년조선일보에 실린 송창일 선생님의 글에, 이승은·허현선 부부가 만든 닥인형으로 아름다운 겨울을 소개하고 있다. 장독대, 장작, 숯, 툇마루, 겨울에 말리는 시래기와 지붕 아래 고드름 등 옛 겨울의 모습을 잘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겨울을 소개하기에 안성맞춤인 책이다.

「눈사람」은 우애 좋은 한 형과 아우의 눈사람 만들기를 소개하고 있다. 소복하게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기뻐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그 뒤를 따라 졸졸 따라다니는 강아지, 두 형제가 정성스레 눈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형과 아우는 숯과 나무, 조개껍질로 눈사람의 눈과 코, 귀를 만들어 마당 위에 세워 두었지만,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바로 옷 하나 걸치지 않은 눈사람이 걱정되는 마음 때문이다. 눈사람을 향한 사랑스럽고 따스한 마음이 책 구석구석 전해진다. 특히 이 책은 2년이 넘는 작업 기간 동안 부인 이승은 씨가 인형을 만들고 남편 허헌선 씨가 집과 살림을 지었다고 한다.

나는 「눈사람」을 아이의 할아버지와 함께 퇴근 후 저녁에 거실에 셋이 옹기종기 앉아 읽었다. 시아버지, 그러니까 아이의 할아버지는 그림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추억을 떠올리셨는지 옛 이야기를 손자에게 도란도란 해주셨다. 이제 11개월이 되는 아이가 얼마나 알아듣는지 모르겠지만, 할아지와 눈을 맞추며 그림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생각했다.

큰 행복이 아니라 소소한 행복이 일상을 감싸는 겨울날.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모두가 힘겨운 겨울날이 아닌, 일상에서 그림책 한 권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겨울이 되었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오윤희는 생일이 같은 2020년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서울 도화동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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